심리학의 이해 시리즈 2: 인간 행동의 동기
목차
심리학적 동기의 개념 #
우리 행동의 이면
에는 항상 어떤 이유가 존재합니다.
우리는 왜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공부를 할까요? 또 어떤 사람은 왜 위험을 무릅쓰고 산을 오르거나, 꾸준히 운동을 할까요? 이러한 왜 그 행동을 하는가?에 대한 물음이 바로 동기(motive)에 대한 질문입니다.
동기는 행동을 유발하고 방향을 제시하며 지속시키는 힘으로, 인간 행동의 근원을 설명해주는 심리학의 핵심 개념입니다.
간단히 말해, 인간이 특정한 행동을 하도록 만드는 내적 또는 외적 요인이 바로 동기인 것입니다.
동기 이론 #
인간 행동의 동기를 설명하기 위해 여러 이론들이 제안되어 왔습니다.
고전적인 관점부터 현대적인 관점까지 다양한 동기 이론이 있으며, 각각 인간 행동을 이끄는 요인을 다르게 강조합니다.
대표적인 동기 이론에는 본능 이론, 추동 이론, 보상 이론, 의미 중심 동기 이론 따위가 있습니다.
각 이론이 강조하는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본능 이론 (Instinct Theory) #
본능 이론
은 초기 심리학에서 제안된 이론으로 인간이 선천적으로 타고난 본능에 따라 행동한다고 설명합니다.
특별한 학습이나 훈련 없이도 어떤 목표 지향적 행동이 나타나는 경향을 본능이라고 부르며, 이는 진화의 산물로 간주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엄마의 젖을 빠는 행동이나, 새끼 오리가 처음 보는 대상을 엄마로 인식하고 졸졸 따라다니는 행동 등은 학습 없이도 나타나는 본능적 행동입니다.
본능 이론은 한때 인간의 거의 모든 행동을 수십 가지 본능 목록으로 설명하려 했지만,
인간 행동의 복잡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여 현재는 제한적인 현상(특히 동물 행동이나 영아의 행동 등)에만 적용됩니다.
추동 이론 (Drive Theory) #
추동 이론
은 인간이 내부의 생리적 욕구로 인한 긴장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행동한다고 봅니다.
몸이 항상성(homeostasis)을 유지하려는 성질이 있어서, 어느 한쪽으로 균형이 깨지면 이를 바로잡는 방향으로 동기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배고픔이나 갈증 같은 생리적 결핍은 우리 몸에 긴장을 일으키고, 우리는 음식을 먹거나 물을 마셔 그 긴장을 줄이려고 행동합니다.
이처럼 추동(drive)은 신체 내적 욕구로부터 발생하는 동기이며, 행동은 이러한 추동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이루어집니다.
추동 이론은 배고픔, 수면욕, 성적 욕구 등 기본적 욕구에 의한 행동을 설명하는 데 유용하며,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심리학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보상 이론 (Incentive/Reward Theory) #
보상 이론
에서는 외부에서 주어지는 보상이나 처벌이 행동을 강화하거나 억제한다고 설명합니다.
이는 행동주의 심리학에 뿌리를 둔 관점으로, 어떤 행동 뒤에 긍정적 결과(보상)가 따라오면 그 행동의 동기가 강화되고, 부정적 결과(처벌)가 따라오면 행동 동기가 약화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집안일을 도와준 뒤에 용돈이나 칭찬을 받으면 앞으로도 도와주려는 동기가 커지고, 반대로 어떤 행동을 했을 때 꾸지람을 들으면 그 행동을 피하려는 동기가 생깁니다.
보상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쾌락을 추구하고 고통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으며, 강화(reinforcement)라고 불리는 보상 체계가 행동을 형성해 나갑니다.
다만 모든 행동이 단순히 외적 보상으로만 설명되지는 않으며, 내적 동기의 중요성도 함께 고려되어야 합니다.
의미 중심 동기 이론 (Meaning-Based Motivation) #
인간은 단순히 본능이나 욕구뿐만 아니라 인지적 의미와 가치에 의해서도 크게 동기화됩니다.
의미 중심 동기 이론
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이나 행동에 부여하는 의미, 목적, 가치가 강력한 동기가 된다고 봅니다.
즉, 어떤 행동이 의미 있다고 느낄 때 우리는 더 열심히 몰입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세상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학업이나 일을 열심히 하거나, “후대에 이름을 남기고 싶다”는 꿈으로 정치나 예술 활동에 매진하는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외적 보상이 없어도 가치와 신념 자체가 보상으로 작용하여 행동을 지속하게 만듭니다.
의미를 찾는 동기는 인간다운 높은 차원의 동기라고 할 수 있으며,
심리학자들은 Viktor Frankl의 실존주의 심리학 등에서 강조되는 삶의 의미 추구가 극한 상황에서도 인간을 움직이는 원천임을 보여주었습니다.
동기의 심리적 분석: 행동의 방향, 강도, 지속성 #
동기는 단순히 행동을 한다/안 한다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행동을 얼마나 강하게 얼마나 오래 지속하는가를 좌우합니다.
동기의 작용을 이해하기 위해 심리학자들은 보통 행동의 방향, 강도, 지속성이라는 세 가지 측면을 강조합니다.
-
방향(Direction): 여러 가지 행동 선택지 중 어떤 방향을 선택하게 하는가
예를 들어,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해야 할 때, 무엇을 먼저 하도록 동기가 유도하는지가 방향에 해당합니다. -
강도(Intensity): 얼마나 강하게 또는 열정적으로 행동하는가
같은 공부라도 누군가는 적당히 하고 멈추는 반면, 누군가는 밤을 새워가며 몰두한다면 강도의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동기의 강도가 높을수록 행동에 투입하는 노력과 에너지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지속성(Persistence): 얼마나 오랫동안 행동을 계속 유지하는가의 측면입니다.
시작은 열심히 하지만 쉽게 포기하는 경우와, 어려움이 있어도 끝까지 노력하는 경우를 구분해주는 요소입니다.
높은 지속성은 동기가 오래 유지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처럼 동기의 3요소인 방향, 강도, 지속성이 모두 갖춰져야 비로소 목표 달성을 향한 행동이 완전히 이루어집니다.
가령, 방향이 옳고 강도도 높더라도 지속성이 부족하면 중도에 그만둘 수 있고, 지속성이 높아도 방향이 잘못되면 헛된 노력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효과적인 동기 부여는 옳은 목표를 향해, 충분한 열정으로,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도록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동기의 원천으로는 흥미(interest), 의미(meaning), 열정(passion) 따위가 자주 거론됩니다.
좋아하고 재미있어서 하는 흥미, 가치 있고 목적 있는 일이라서 하는 의미 그리고 흥미와 의미가 결합되어 생기는 강렬한 열정은 우리의 행동을 시작하고 지속시키는 심리적 에너지라 할 수 있습니다.
인지적 동기 이론 #
행동의 동기를 이해할 때, 인간을 능동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존재로 보는 관점이 바로 인지적 동기 이론입니다.
단순히 본능이나 보상에 자동적으로 반응하는 기계가 아니라, 자신의 행동 결과를 예측하고 목표를 설정하며 자신의 능력을 평가한 후 행동을 선택한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인지적 요소들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특히 기대, 목표, 자기효능감 세 가지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
기대 이론: 어떤 행동이 가져올 결과에 대한 기대가 동기에 영향을 준다는 이론입니다.
우리는 보통 행동에 앞서 “만약 내가 이것을 하면, 어떤 결과가 따라올까?“를 예상합니다.
원하는 결과가 따라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을수록 그 행동을 할 의욕이 커지고, 반대로 결과에 대한 기대가 낮거나 부정적이면 동기가 줄어듭니다.예를 들어, 시험 공부를 하면 좋은 성적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뚜렷하면 더 열심히 공부하게 되고, 반대로 해도 소용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면 공부 동기가 떨어집니다.
이처럼 기대(예측)는 행동 선택의 중요한 심리적 요인입니다.
-
목표 이론: 인간은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하려는 과정 자체에서 동기 부여를 받습니다.
목표 설정 이론
에서는 구체적이고 도전적인 목표가 있을 때 사람들이 더 높은 성취를 보인다고 합니다.목표는 그 자체로 방향을 제공하고 과정의 의미를 부여하여, 일정 기간 동안 동기를 지속시키는 힘이 됩니다.
또한 목표 지향성(goal orientation)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마다 다른 종류의 목표(예컨대 성과 목표 vs 학습 목표)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고, 이것이 실패에 대한 반응과 지속적인 노력에 차이를 만든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 보이려는 성과 목표만 있는 사람은 실패 시 쉽게 의기소침해지지만, 능력을 향상시키려는 학습 목표를 가진 사람은 실패해도 더 배우려고 노력하면서 계속 도전합니다.
이러한 차이는 내가 세운 목표의 종류와 그에 대한 신념이 동기에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
자기효능감(Self-efficacy): 자신이 특정 과제를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가리키는 개념으로, 심리학자 Bandura(밴두라)가 제시한 중요한 동기 요인입니다.
자기효능감
이 높은 사람은 어려운 도전도 이겨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실패해도 노력하면 개선할 수 있다고 여기며 끝까지 추진합니다.반면 자기효능감이 낮은 사람은 시작 전에 포기하거나 작은 실패에도 쉽게 좌절하여 행동을 지속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즉, “내가 이걸 해낼 수 있다”고 믿는 힘이 강할수록 동기의 지속성과 강도가 커지는 것입니다.
자기효능감은 이전 성공 경험, 대리 경험(다른 사람의 성공을 보는 것), 사회적 설득(격려나 피드백), 자신의 심리적 상태 등에 의해 형성되며, 이를 높여주는 것이 동기 향상의 핵심 전략 중 하나로 여겨집니다.
자기실현과 동기 #
인간 동기의 최고차원에는 성장과 자기실현에 대한 욕구가 있습니다.
심리학자 Abraham Maslow(매슬로우)는 인간의 욕구를 단계별로 나눈 욕구위계이론
을 제안하여, 보다 높은 수준의 욕구가 인간 행동을 이끄는 동기가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욕구는 피라미드 형태로 기초적인 생리적 욕구에서 시작해 안전 욕구, 사회적 욕구(사랑과 소속감), 존중 욕구 그리고 최상위의 자기실현 욕구로 위계화됩니다.
아래 단계의 욕구가 어느 정도 충족되어야만 비로소 그 다음 단계 욕구가 강하게 나타난다고 보았지요.
예를 들어, 생리적 욕구(배고픔, 목마름 등)이 해소되지 않은 사람은 그 위의 욕구를 추구하기 어렵고, 안전 욕구(안정된 주거, 신변의 안전 등)가 충족되어야 사회적 관계를 추구하는 소속 욕구가 부각된다는 식입니다.
최종적으로 가장 높은 단계인 자기실현 욕구는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현하고 자아실현을 이루려는 욕구로, 모든 인간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성장의 동기로 설명됩니다.
Maslow의 욕구위계 피라미드: 인간의 욕구를 위계화한 모델입니다.
가장 아래에 생리적 욕구가 위치하고, 차례로 안전, 사랑/소속, 자존, 자기실현 욕구가 위로 갈수록 높아집니다.
각 단계의 욕구가 충분히 충족되면 다음 단계의 욕구가 주요한 동기로 등장하며, 맨 위 단계인 자기실현에 도달하면 비로소 자신의 존재 목적과 잠재력을 완전히 펼치는 상태가 됩니다.
Maslow 이후에 많은 학자들이 자기실현과 성장 동기에 주목해 왔습니다.
Carl Rogers(칼 로저스) 같은 인본주의 심리학자도 인간은 본래 성장과 자아실현을 향해 나아가는 긍정적 동기를 지닌 존재라고 보았습니다.
또한 현대 동기 이론에서는 내재적 동기와 외재적 동기를 구분하며, 자기실현이나 성장 욕구처럼 행동 그 자체에서 의미와 즐거움을 찾는 내재적 동기가 장기적으로 더 강력하고 건강한 동기를 만든다고 강조합니다.
예를 들어, 음악가가 큰 돈이나 명예(외재적 보상) 때문에가 아니라 음악 활동 자체의 즐거움과 보람(내재적 동기) 때문에 연주에 몰두할 때, 더 창의적이고 지속적인 성취를 보인다는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고 의미를 느끼는 일을 하면서도 보상도 얻는, 내재적 동기와 외재적 보상이 조화를 이루는 삶을 꿈꿉니다. 자기실현을 향한 동기는 이렇게 개인이 가치와 보람을 느끼는 목표를 추구하도록 이끄는 힘이며, 인간 행동의 가장 고차원적인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리 #
지금까지 인간 행동을 이끄는 다양한 동기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본능적 욕구에서부터 학습된 보상, 인지적 판단 그리고 자기실현의 욕구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행동에는 여러 층위의 동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어떤 때는 배고픔 같은 단순한 생리적 동기에 의해 움직이지만, 또 어떤 때는 신념이나 목표처럼 복잡한 심리적 동기가 행동을 결정하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동기들이 서로 상호작용하여 우리의 행동을 만들어낸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행동도 돈벌이(생리적/안전 욕구 충족)와 사회적 인정(존중 욕구), 자기계발(자기실현 욕구)의 동기가 모두 어우러져 있을 수 있습니다.
인간의 동기는 결코 단순하지 않으며 상황과 개인에 따라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칩니다.
마지막으로 동기를 이해하는 것은 인간 행동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동기가 분명하면 어려운 일도 해내게 되고, 동기가 약하면 간단한 일도 이루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교육, 조직 관리, 상담 심리 등 여러 분야에서 사람들의 동기를 어떻게 높이고 유지할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가 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왜 인간이 행동하는가에 대한 심리학적 답을 찾아보았습니다.